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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저자: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출판사: 오월의봄
출간일: 2024년 5월 1일

생각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는 디스이즈텍스트에서 산 책입니다. 여러 직업, 특히 직무상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복이나 유니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노동의 실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를 보면 유추할 수 있겠지만, 반 정도는 보도의 성격을 띄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책을 읽으면서는 우리 사회가 기능하는 데에 필요한 필수적인 노동들을 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눈에서 치우고 싶어하는지를 몇 번이고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대형 쇼핑몰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의 지하에 오수처리시설이 있다거나, 쓰레기 처리를 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지하철을 타면 주변에서 사람들이 널찍이 피한다거나 하는 경우들 말이지요. 사람, 장소, 환대에서 더럽다는 관념을 그 대상이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 않은 것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도 떠오르네요.

저는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제 일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제가 이 일을 내팽개친다고 사회가 안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 앞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그것을 재활용하고, 하수도 물을 방류할 수 있게 만들고, 건물과 구조물을 만들고, 숙박시설과 교통수단에서 근무하며, 산불을 끄고, 학교의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 무엇 하나 현장이 안 돌아가면 어떤 사람들의 삶이 그런데 곤란해집니다. 제가 일하는 현장이 안 돌아가면, 뭐, 스팀의 수많은 게임 목록 중 하나가 사라지겠지요. 사실 잘 돌아가도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입니다만.

그런데 저는 출근 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고, 몸을 다칠 일도 없고, 이 책의 주제처럼 옷 때문에 문제가 생긴 일도 거의 없습니다.(회사가 오피스 빌딩에 입주하고 나서, 반바지에 슬리퍼로 출근한 직원이 '품위를 지켜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건물 관리측에서 들은 적이 있는 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사회에 좀 더 중요한 사람들의 일이 이렇게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동료 시민이 존엄하게 일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받기 위해서라도 이 분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걸 위해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내용과 별개로, 표지의 촉감이 독특합니다. 고무 같은 코팅이 된 느낌인데, 작업복 섬유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라서 책에 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