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도서명: 아나키즘
저자: 하승우
시리즈: 비바 악티바
발행처: 책세상
출간일: 2008년 11월 25일
생각
"사회의 역사와 조응해온 개념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주체적인 삶과 실천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비바 악티바』 시리즈의 한 권인 『아나키즘』. 도서관에서 같은 시리즈의 『파시즘』(장문석, 2010년)이 잘 정리된 것을 보고 읽게 된 책이다. 『파시즘』과 달리 좁게 해석되는 개념보다는, 동양사상과 한국사에서도 아나키즘의 순간을 끌어와 맹자, 노자, 정여립과 같은 인물의 사상과 실천도 아나키즘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여러 주의가 혼합된 사회이며, 말인즉슨 여러 '플레이어'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플레이어는 '정치세력'일 수도 있고, '관료'나 '정부'일수도 있고, '자본'을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국가'가 플레이어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뭉뚱그려서 말했지만 나열한 것들은 카테고리에 지나지 않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합쳐지고 사라지고 분열하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 나를 '민주 시민'의 한 명으로 정체화하는 것은, 미약하더라도 내가 플레이어 중 하나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이 어떤 플레이어로 참여하기를 촉구하는 아나키즘의 측면은 오늘날의 사회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이다. 2024년을 마무리하며 쓴 글에도, 결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사회를 구성한다고 썼다. 반면 아나키즘의 강권을 거부하는 측면은, 어떤 플레이어들을 배제하자는 이야기로 나는 해석하며, 이것은 그다지 오늘날 현실적이지 않아보인다. 자신이 약한 플레이어일 때, 다른 플레이어를 배제하자는 실천은 결국 성공해봤자 나보다 강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 시체를 뜯어먹고 더 강해지는 길이 아니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아나키즘 관련 책을 읽는다면 좀 더 건조한 책으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