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게임명: ABI-DOS
개발사: ABI.DOS.SOFTWARE
배급사: ABI.DOS.SOFTWARE
출시일: 2024년 11월 15일
장르: 프로그래밍, Zach-like
생각
『ABI-DOS』는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부품들과 회로를 기판 위에 배치하여 주어진 태스크를 만족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게임입니다. 어떤 규칙 세트를 지녔냐에 따라 게임이 달라지지만 편의기능, 스테이지가 반복되는 구조, 내러티브 전달 방법, 특유의 리더보드 기능들을 포함하는 공통되는 구조가 있어 Zach-like라고 통칭되는 장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완성도도 나쁘지 않고, 그럭저럭 즐겁습니다. 문제 도메인은 값 이외에도 컬러를 잘 활용하여 그럭저럭 새로운 도전들을 제시하고, 요 몇년 평이하게 만족도를 주는 레트로 콘셉트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장르 좋아하는 사람들은 『Infinite Turtles』(Charlie Brej, 2022년)처럼 정신나갈 것 같은 분위기를 더 좋아할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이번 스팀 세일에서 90% 세일을 하길래 집어 봤습니다만 구입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2025년 1월부터 게임을 무료로 전환한다는 공지를 봤습니다. 이 게임을 충분히 플레이해보지는 못했지만 급하게 이 게임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게 된 것도 이 공지를 보고 생각이 많아져서입니다.
공지에 따르면, 개발자의 판단에 게임의 질은 나쁘지 않고 반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출시 이후 가격을 한 차례 하향하고 겨울 세일에서 90% 할인율이라는, 출시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웰메이드 게임에 기대할 수없을 만큼의 할인율을 제시했음에도 판단을 바꿀 만한 판매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을 유지보수하면서) 좀 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접근하려 한다는 것이 게임을 영구히 무료로 전환한다는 결정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게임을 만들어서 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프랜차이즈도, 회사의 이름값도 없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하는 일은 스타트업을 세우는 일을 스코프만 게임으로 좁혀서 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린 스타트업』(에시 모리아, 한빛미디어)에서 강조하듯 프로덕트를 잘 만드는 일은 그 프로덕트에 시장이 있는지, 본인이 그 시장에 잘 어필할 수있는지보다 살아남는 데 기여하는 순서가 낮습니다. 내부에서 어떤 기준 설정과 과정을 거쳐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프로덕트가 괜찮은데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최소한 표면적인) 이유로 시장 접근 방식을 바꾸게 되는 일이 슬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