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과를 보고 안도하였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지요. 파면 이후에도 일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봐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4월 5일 집회에 나갔습니다.
집회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축하하고 마무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나의 고지를 넘은 건 사실이지요. 다음 주 같은 시각에 열리는 세월호참사 문화제로 흐름을 이어나가겠지만, 아마 4월 4월을 기점으로 자신이 더 광장에 나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행동할 것 같고요.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12월 3일 이후의 광장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계엄령 선포와 친위 쿠데타라는 사건을 계기로 나오게 된 사람들과, 그 이전에도 자신의 아젠다로 광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죠. 그 아젠다는 이태원참사와 같이 윤석열과 그 정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아젠다부터… 어쩌면 정권이 교체된다고 바로잡히기를 기대하기에는 우리가 절망적인 모습을 오래 봐 온 아젠다도 있겠지요. 노동과 장애인, 성차별과 관련된 이슈들처럼 말이지요.
많이들 이 광장을 '끊어져가던 운동권의 맥을 잇고, 잊혔던 노하우가 이어지고, 광장에 새 피가 수혈되는' 측면에서 주목하셨습니다. 남태령과 같은 연대,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집회에 가셨다가 동십자각으로 오시는 분들, 고공농성 현장에서 나부끼는 아무 깃발. 그런 미담들을 마치 내 얘기처럼 느끼고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러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요.
이 넉 달 간은 정말 순간순간, 민주 사회의 한국 시민으로 행동할 수 있는 선을 넘는 고민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12월 3일 밤 와이프와 국회로 가는 택시를 타는 순간부터… 사소하게는 행진 중에 경찰의 제지를 뚫고 양방향 차로를 다 쓰기 위해 나아가는 시민들에 합류하는 일까지. 어느 집회에는 나가고, 어떤 집회에는 쉬는지도 건강 상태를 봐 가며 결정하고, 나가면 나가는 대로 힘들고 못 나가면 못 나가는 대로 죄책감이 드는 나날이었지요. 돌아보면 이 일들에서 저는 조금 지쳤습니다. 조금 쉬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몇 문단을 써 보니, 중언부언같지요. 그래서 하려는 말이 무엇이냐? 대단한 결론은 없습니다.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쯤에서 제 광장 모험이 한 번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지요. 마침표가 찍히고 몇 년 간은 문장이 이어지지 않을지, 아니면 한 숨 들이마시고 다시 문장이 시작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 다음 문장이 12월 3일의 연장선일지, 12월 3일 이후의 광장에서 본 이야기일지,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시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