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4일 열린 『2025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다녀왔습니다. 퀴어 퍼레이드/문화축제는 제가 자주 가는 행사는 아니지만, 신촌에서 할 때 한 번, 서울시청광장에서 할 때 몇 번 가 보았습니다. 최근 몇 년은 가지 않거나 못 갔는데 오랜만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 종류의 퀴어를 설명하는 개념 중 어떤 것들은 저라는 사람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퀴어로 정체화하지는 않습니다. 제 젠더 인식은 사회가 저를 보는 것과 비교적 일치하며, 제가 선택한 시민 결합도 제도권 안에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 행사에 방문하고, 행진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지요. 간단합니다. 이 행진 밖에는,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막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행진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행진과 함께합니다.
행사는 여러 부스와 무대, 행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행사 진행하시는 분들이 출입 통제 등을 힘겨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국계로는 보이지 않는 분들도 많이 보였지요. 이 행사를 비판하는 퀴어 분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종교, 동아리, 시민단체, 여러 연대체의 모습… 평소에 우리 곁에 있지만 의식하지 않게 되는 사람의 모습을 의식하는 자리가 이런 행사의 의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진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종류의 사랑을 지지한다는 틴더가 스폰서인 듯한 차량과, 자본과 투쟁중인 현장에서 왔을 차량. 그 사이 어딘가에 서서 걸었습니다. 스피커를 틀고 행진 대열에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 드는 혐오세력과 스스로 오물을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하려다가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시민. 고공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퍼레이드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모자이크된 풍경이었습니다.
행사에는 제가 아는 여러 분들이 왔고, 지금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참석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만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뵙지 못한 분도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요.
와이프와 함께 온 첫 퀴어 퍼레이드이기도 합니다. 제가 반려자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것처럼 행사에 참여하신 다른 분들도 함께하는 분들과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반려자와 함께 삶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퀴어와 그 연대자들의 앞에 놓인 문제들도 차근차근, 그러나 결코 미루지 않고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