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번역
게임 번역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번역의 어려움, 외주의 어려움, 그리고 게임 번역의 어려움, 일의 어려움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번역의 어려움은 그냥 번역을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다. 한 언어로 된 표현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어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말할 것이다.
외주의 어려움은 외부에 일을 줘야 할 때 두드러지는데, 일을 주는 사람은 번역 결과물의 퀄리티를 그야말로 '믿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현장에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부에서 퀄리티를 확인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그 일을 할 역량이 있는 사람이 내부에 없으면 외주의 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요즘 게임 번역은 다개국어 번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넣기로 결정한 모든 언어를 커버할 수 있는 역량을 많은 팀이 갖추고 있지 못할 것이다.
게임 번역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는 소프트웨어 번역의 어려움과도 비슷할까. 로케일 시트는 맥락과 분리되어 있고 잘 문서화되어있기 힘들며, 이 텍스트가 어디에 표시되는 것일지 찾는 것조차 어렵다.
일의 어려움은, 이 어려운 작업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역자가 쓸 시간도,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로케일 시트를 정리하는 것도 결국 시간이 드는 일이다. 대부분의 일은 시간이 직접적으로 비용이고, 투입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
나는 이 중에서는 일의 어려움이 제일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 요즘 번역되는 게임이 많아지지만 번역의 퀄리티가 별로라고 느끼는 게임들이 많아지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게임들은 이전 상태에서는 번역이 안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뭐 딱히 나빠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이전 상태에서는 번역이 안 되었을 게임들이 지금은 번역이 많이 되고 있는가? 기계 번역가를 적용해서 얻는 퀄리티가 전보다 나아져서? 그건 번역이 많이 되는 게 가능해진 이유이지 번역이 많아진 이유는 되지 못한다.
내가 봤을 때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경쟁이 그걸 요구해서. 구체적으로는 PC 게임을 파는 스팀이 게임을 노출하는 과정에서, 스팀 사용자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스팀에 기록해놓은 언어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우선적으로 그 사용자에게 노출된다. 그리고 여기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게임이 다가갈 수 있는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어느 정도 공유되는 것 같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계번역이라도 넣어놔서 게임의 스토어 정보에 특정 언어를 지원한다고 적어놓는 것이 일단 이상하지 않다. 번역의 퀄리티가 낮아도 운 좋게 사람들이 큰 불만 없이 플레이할 수도 있고(여기서 불만은 보통 환불을 의미한다), 항의가 많이 들어오면 그 때 번역을 바꾸어도 늦지 않을 수 있다: 그 낮은 퀄리티의 번역이라도 넣어놓지 않으면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사지 않았을 것이기(그 게임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것도 일종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