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역자: 최완규
출판사: 시공사
출간일: 2023년 10월 20일
원서명: Why Nations Fail(영어)
원서 출간일: 2012년 3월 20일
생각
한국인으로 사는 것에는 왜 북한은 실패하고 남한은 성공했냐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고, 북한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그 질문을 되새김질하게 된다. 내가 듣고 자라 동의하게 된 것은, 사람에게 일할 동기가 없으면 나태해지고 공산주의는 그래서 망했다는 것이다. 내 머리에 박힌 이 생각은 다소 약해져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의 카운터에 앉아 졸고 있는 동독 주민 컷처럼 한국인의 머리 속에 강렬하게 박혀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왜 북한은 못살고, 남한는 잘사는지 안다.(한국어판 머리말 중)
한국인들이 모를 수도 있는 또 한 가지 사실은,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공 사례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영감을 얻은 이 이론이 주류 사회학자 및 경제학자들의 믿음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한국어판 머리말 중)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건조하게 '현실이 이렇다'로 받아들인다면, 한국인에게는 약할 수밖에 없다. 대충 알고 있는 바이고, 이미 어느 정도 동의도 하고 있고, 이론의 예측력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높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러므로 사람들은 번영을 위해 포용적 경제제도(와 그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제도)를 추구해야 한다'까지 간다면, 이제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한 가지는 AI이다. AI 기술의 여러 가능성 중 일부분은 이 책에서 말하는 기술 혁신 중 하나일 것이고, 이 기술 혁실을 기존 집권 세력이 거부한다면 그것은 번영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책에서는 영국의 통치자들이 정치적인, 어쩌면 국민의 생활이라는 이유로 기술 혁신을 거부하는 사례를 언급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이 재현된다면? 경제 주체이자 정치 주체로서의 국민이 AI의 도입을 반대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가?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 체계가 경제적 혁신을 거부하면 그것은 이 책의 입장에서 비판받을 행위인가?
다른 한 가지는, '포용적 경제제도'라는 것은 결국 개인에게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주는 데 주안점이 있기 때문에, 적용되는 대상을 사회보다 개인으로 좁혀볼 수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명예혁명은 여전히 수많은 착취적 제도 하의 개인을 남겼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한계도 있는 것처럼… 오늘날의, 작가가 성공 사례로 삼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사회는 일견 포용적 경제제도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덜' 포용적 경제제도 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소수자와… 누구보다도, 한국 국적이 없는 사람들. 포용적 경제제도의 덕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취약한 사람들을 착취적 경제구조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를 한다면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5년의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일, 그리고 2025년의 세계가 겪고 있는 일… 이 일들이 역사에는 어떻게 기록되고 미래의 학자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인용할 것인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