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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뒷세이아
- URL: https://guji.jjme.me/odysseia/
- Published: 2026-10-28T01:00:00.000Z
- Updated: 2026-10-28T01:00:00.000Z
- Author: 정진명
- Tags: 책, #blog

## 서지정보

서명: [오뒷세이아](https://ridibooks.com/books/950000496?ref=guji.jjme.me)  
저자: 호메로스(Ὅμηρος)  
역자: 김헌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간일: 2026년 8월 10일  
원서명: Ὀδύσσεια  
원서 출간일: 미상

## 생각

『오뒷세이아』는 호메로스가 남긴, 서양 문학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서사시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별로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왕복 비행시간만 14시간이 넘는 며칠간의 여정에 읽을 종이책을 챙겨오지 않은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 공항 서점에서 고를 수 있는 책 중에서 그래도 읽어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한 권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온갖 방해를 받으며 귀환이 늦어지는 오뒷세우스가 집으로 돌아오고, 그의 빈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구혼자들을 응징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인 텔레마코스와 부인인 페넬로페,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 등 여러 인물의 분투도 그려집니다.

고전이니만큼 여러 번역이 있는 책인데, 이 번역의 특징은 원작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통상적인 번역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많이 했다는 걸까요. 낭송되는 시의 심상의 순서를 지키기 위해서 한국어 어순보다 원문의 어순을 중시하여 수많은 도치가 발생했다거나, '횡격막'과 '기개'로 대표되는 그 시절의 인간상에 의거한 어색한 숙어를 사용한다거나, 맥락에 따라 적당히 '남자'와 '사람'으로 나눠쓸 법한 단어조차 둘 중 하나로 통일하여 번역한다거나… 취향을 탈 것 같은 번역이지만, 저는 읽는 맛과 운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읽으면서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자연현상을 비롯한 다양한 개념을 대표하며 인격을 지닌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 그리스의 신들인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그런 신들의 '개념'적인 부분과 '인격'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그리스 신들의 인격적인 부분을 꽤 앞에 두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방문했다는 말을 말 그대로 새벽이 찾아왔다고 이해하면 되고,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잦아들었다는 말을 말 그대로 해가 졌다고 이해하면 되는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리스 신들의 개념적이고 장치적인 측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장치적이라는 것은, 다른 장치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뒷세우스가 아테나의 조언을 받아 결의를 굳히는 장면은 사실 오뒷세우스가 스스로의 지혜롭게 판단하는 장면일 수 있고, 아테나가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나 텔레마코스에게 조언하는 장면은 현대적인 감각으로는 아테나가 없이도 지혜로운 '멘토'의 도움을 받는 젊은이로서도 이야기가 성립할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가 나중에 무의식과 같은 개념을 통해 설명하려 했던 인간의 행동들을, 이 사람들은 신의 개입으로 설명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느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신이라는 이미지가 막연하게 있었는데, 그것들이 구체적인 하나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https://guji.jjme.me/ascendance-of-a-bookworm-5-12/)』에도 그리스신화스러운 인격신이 나오지만, 해당 작품에서는 이런 장치적인 측면보다 인격적인 측면이 주로 다루어졌다고 느끼게 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읽게 된 꽤 두꺼운 책인데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생각보다 픽션을 자주 읽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