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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입력한 프롬프트는 모두 잊고
- URL: https://guji.jjme.me/jigeumggaji-ibryeoghan-peurompeuteuneun-modu-ijgo/
- Published: 2026-10-12T01:00:00.000Z
- Updated: 2026-10-12T01:00:00.000Z
- Author: 정진명
- Tags: 책, #blog

## 서지정보

서명: [지금까지 입력한 프롬프트는 모두 잊고](https://dasibookshop.com/product/fab5323d-f904-43f5-8d66-0febf0726ac8?ref=guji.jjme.me)  
저자: 류호성, 송한별, 시아란, 이규락, 제넬  
출판사: 에픽로그  
출간일: 2025년 6월 18일

## 생각

『지금까지 입력한 프롬프트는 모두 잊고』는 '인공지능과 거짓말'을 주제로 쓴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앤솔로지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불타는 시민들](https://guji.jjme.me/isanghan-narayi-bultaneun-simindeul/)』출간 즈음에 그 책과 함께 입수하였는데, 픽션은 아무래도 손이 안 가서 방치하고 있다가 책장에서 눈에 띄는 곳에 둔 것을 계기로 잽싸게 읽었습니다.

오늘날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지요. 그 중 하나는 아마도 거짓말일 겁니다. 기계가, 컴퓨터가 거짓말을 한다고? 저는 2026년에도 대형언어모델에게 인간이 갖고 있는 그런 의식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동시에 그게 인간과 AI를 엄격히 나누고 인간을 뭔가 대단한 걸로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AI가 너무나 사람같아졌다며 놀랍니다. 거짓말처럼 보이는 행동들도 그 중 하나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앤솔로지는 인공지능과 거짓말이라는 소재로,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나 인공지능으로 만든 거짓말 세계, 그리고 인공지능에 얽힌 거대한 거짓말 등 다양한 이야기의 소설들을 모아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에피소드들에서는 인공지능 대신에 인간이 들어가도 조금 다른 단편소설로서 기능했을 것 같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의뭉스럽게 구는 인간 비서/상담사라거나, 아이를 속이고 감금하며 부모가 될 수 없음에 마음아파하는 보모 말이죠. 어쩌면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 그 자체가 이 구조에서 엿보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섯 작품 다 제각기 생각해볼만한 여지가 있는 작품인데, 「진풍경」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https://store.steampowered.com/app/282070/This%5FWar%5Fof%5FMine/?ref=guji.jjme.me)』스러운 게임에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도입되며 생기는 일을 게임 QA(작중 표현으로는 QC)의 입장에서 다룬 이야기인데, 제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겪는 경험과도 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서일까요.

저는 게임을 하면서 NPC에게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문명](https://guji.jjme.me/sid-meiers-civilization-vii/)』같은 게임에서도 선제적으로 공격해야 하는 지도자들로 플레이하는게 영 손에 안 붙고, 『[스카이림](https://store.steampowered.com/app/489830/The%5FElder%5FScrolls%5FV%5FSkyrim%5FSpecial%5FEdition/?ref=guji.jjme.me)』같은 게임에서도 내가 실수로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고 판단하면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게임입니다. 저는 이런 게임들의 가능성 공간을 탐험하는 데 꽤 큰 제약을 달고 있는 셈이지요.

하고 싶은 말은, 제가 게임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데 AI는 필요없었다는 겁니다. 당장 『디스 워 오브 마인』도 그런 AI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전해준 게임이지요.(저는 해 보지 않은 게임이라 단정지어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이 이야기에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는 필수적이었을까? 아니, 이야기의 문제라는 이야기보다는 제가 좀 동떨어진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나 같은 생각입니다. 무엇으로부터 동떨어져있는지는 좀 고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