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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객체
- URL: https://guji.jjme.me/hyperobjects/
- Published: 2026-09-16T01:00:27.000Z
- Updated: 2026-09-16T01:00:27.000Z
- Author: 정진명
- Tags: 책, #blog

## 서지정보

서명: [하이퍼객체](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461469?ref=guji.jjme.me)  
저자: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  
역자: 김지연  
출판사: 현실문화  
출간일: 2024년 3월 4일  
원서명: [Hyperobjects: Philosophy and Ecology after the End of the World](https://www.amazon.com/Hyperobjects-Philosophy-Ecology-after-Posthumanities/dp/0816689237?ref=guji.jjme.me)  
원서 출간일: 2013년

## 생각

『하이퍼객체』는 인류가 지질학적 규모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인류세,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처한 문제를 풀기 위한 사고 방식으로 객체 지향 존재론과 하이퍼객체라는 개념을 인지하기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디스이즈텍스트](https://guji.jjme.me/this-is-text/)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입니다. 현실문화 부스의 책은 무엇 하나 쉬워보이는 게 없었는데, 그래도 전산과 밀접한 분야의 사람으로서 객체 지향 이야기를 하는 책이 제일 의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으로 골랐습니다. 별로 공부하기에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제 독서](https://guji.jjme.me/wiki/reading-is-a-vice/)는 원래 이렇습니다.

이 책에서는 엄연히 존재하고 우리와 분리될 수 없지만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또 불가능한 무언가로서의 객체를 인정하고, 그 중에서 특별히 시공간적으로 인간의 인지 범위 바깥에 있는 거대한 무언가로서의 하이퍼객체를 다루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문제, 특히 기후와 생태에 관련된 문제를 인간중심적, 현재중심적인 기존 사고방식으로 풀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환원주의도 거부하고 전체론도 거부하는 흥미로운 사고방식이고,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동의할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지구온난화(저자는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피합니다)와 방사능, 자본주의와 플라스틱 쓰레기, 양자 구름을 둘러싼 공간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개념에 적용될 수 있는 하이퍼객체라는 개념으로, 거꾸로 우리가 무엇을 설명할 수 있고 이걸 가지고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지는 잘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 책이 과학이나 수학을 인용하는 방법에 거부감이 듭니다. 양자 레벨에서 참이라면 그것보다 더 큰 레벨에서는 더 참일 것이라는 이야기(p.97)는 순수히 논리를 따라가기 어렵고, 양자역학적 비국소성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가 맞은 비와 멀리 떨어진 곳의 라니냐가 비국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가는 것(p.103)은 저자가 비유라고 언급한 걸 알아도 반박하고 싶어집니다. 비국소성 부분 그냥 위상조정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나?

러셀의 역설과 칸토어 집합을 교묘하게 엮어 이중의 무한이니 무한이 애매한 추상이 아니라 분명해진다는 이야기(pp.165-166)를 보고 있으면 [은유로서의 건축](https://guji.jjme.me/architecture-as-metaphor/)을 읽을 때와 비슷하게 분노를 느낍니다. [시어핀스키 카펫](https://en.wikipedia.org/wiki/Sierpi%C5%84ski%5Fcarpet?ref=guji.jjme.me) 형태를 (핸드폰에도 들어가는) [안테나](https://en.wikipedia.org/wiki/Fractal%5Fantenna?ref=guji.jjme.me)를 만들 때 응용한다는 걸 무한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고 표현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작은 사각형에도 무한개의 선이 있고 무한개의 점이 있다는 얘기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말인 것 같습니다. 거대한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초한과 무한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위와 별개로 잘 모르겠고요.

여러모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입니다. 위에서 저렇게 분노하기는 했지만, 뭐 저야 사전지식도 없는 사람이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후반부의 내용 중 우리 시대의 예술이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머리에 들어오는 바가 없었고요. 좀 더 이런저런 책을 읽고 다시 읽으면 좀 더 보이는 바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정석적으로는 그레이엄 하먼 같은 사람들의 책을 읽어봐야 할텐데, 최근에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https://guji.jjme.me/gwahage-dojeonhaneun-gwahag/)』을 봐서 그런지 라투르의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비… 인간… 행위자…….

부연설명 없이 제시되는 일이 많아 어려울 수 있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 알고 있기는 어려운 개념들이나 저자가 수사적으로 쓴 표현에 대한 사실 오류의 가능성에 대해서 역자가 중간중간 짚어가는 주석을 달아주셔서 여러모로 노력이 돋보이고, 개념과 인물, 작품별로 분리된 색인도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제 눈에 띄는 오탈자가 있어서, 이 책이 2쇄를 출간하기를 기원하며 그 때 검토해주셨으면 좋겠는 내역을 적어봅니다.

- 28p. 클로드 모네의 영어 이름이 Claude Claude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 57p. 주석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름이 리처드 도킨슨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334p.에도 '리처드 도킨스이든'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 147p. 주석에 위상 편이, 위상 변위, 위상 이동으로 번역되는 단어로 phasing shift를 드셨는데, phase shift라고 쓰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합니다.